하루종일 소재 생각하는 무협 소설 (4)

"음..진아 소저, 혹시 소저도 내공이 있나?"

"음...."

진아는 잠깐 고민하더니 내게 속삭였다.

"말씀드려도 괜찮을까요?"

"응. 말씀드려도 돼."

"그게..저도 내공이 조금 있습니다."

진아의 말을 듣곤 예가의 가주인 창원이 크게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자네들, 이것 참 재밌지 않은가?"

그의 말에 빈가의 가주 사명이 말을 이어 받았다.

"그러게 말일세. 한 세가의 가주의 경지가 절정이야. 그런데 고작 삼류라고 알려진 가주의 둘째 딸은 우리와 같은 화경의 경지에, 그 시비는 초절정이라니. 만약 운찬이 이 사실을 믿는다면 청 소저는 약관도 채 되기 전에 가주가 되겠군."

"뭐, 운찬의 성격상 죽을 각오로 부인할게 뻔하지만. 그나저나 소저들을 너무 오래 세워뒀군. 여기 앉게."

"예."

"네..!"

우리가 둘다 자리에 앉자 강가의 가주 공암이 내게 말했다.

"청 소저, 아까 하던 얘기나 마저 해보지. 만약 소저의 내공이 정파도, 사파도 아니라면 어찌할 생각인가?"

"예에?! 아가씨 내공이 정파의 내공이 아니라고요?"

"진아야."

"헙!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허허, 아닐세. 놀라면 그럴수도 있지."

"감사합니다. 그리고..만약 제 내공이 우연이 아닌 운명이라면..그 길을 따르는 것이 맞겠지요."

내 말에 세 가주가 놀라 동시에 외쳤다.

"그 길을 따르겠다고?"

잠깐 동안의 침묵이 흐른 뒤, 사명이 내게 물었다.

"그런 길을 걷는 것보다 안전하게 해연청가의 가주가 되는 게 낫지 않겠나, 청 소저?"

"그럼 두 길을 동시에 걸으면 됩니다."

"호오...사파의 길보다 어두운 길을 정파 세가의 가주로서 걷는다라...청 소저와는 대화하면 대화할수록 흥미로워."

"그러게 말일세. 이런 인재가 지금까지 가족의 그림자에 갇혀있었다는 게 조금 안타깝군. 좀 더 일찍 발견했다면 좋았을 텐데 말야."

"그렇게 칭찬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예의도 바르고. 정말이지..지금 당장이라도 우리 해신강가의 양녀로 들이고 싶군."

"그럴 기회가 있다면 우리 주하빈가에서 먼저 데려갈 걸세."

"무슨 소리! 영진예가가 일순위다."

이런 의미없는 말싸움을 보고 있을 때, 진아가 내게 속삭였다.

"어차피 불가능한데. 그쵸?"

"그러게 말이다."

아무 생각없이 다시 멍을 때리고 있었는데, 돌연 창원이 내게 종이 하나를 건넸다.

"잊고 있었군. 한달 뒤에 구파일방과 십대세가(기존 오대세가+현재 나온 강가, 예가, 빈가, 청가+곧 등장 예정인 송가)의 후기지수들이 전부 모이는 연회가 있네. 그 자리에 우리 세 가문에서 가장 특출난 소협들도 갈 것이고. 그리고 그 자리에 우리 영진예가의 이름으로 소저를 초대하려고 하네. 어떤가?"

"음...말씀은 감사하지만 아직 여기 해연청가의 사람들 포함, 세간은 저를 고작 삼류 고수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더욱 와야지. 이참에 소저가 삼류 따위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면 어떻겠는가."

"그럼 저도 초대해 주세요!"

전각 밖에서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나를 포함한 모두가 전각 입구 쪽을 돌아봤다. 망할...언니였다.

"전 저것과 차원이 다른 일류란 말입니다! 왜 저한텐 관심도 없으시면서 저딴 삼류한테는 연회 초대장까지 주시고!"

"저 ㄴ은 예의를 처먹었나. 이러다 그것까지 말해버리겠어. 가주님, 실례 좀 하겠습니다."

내가 정색하고 손마디를 꺾으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공암이 당황한 투로 말했다. 

"소저..? 진정을..."

"아가씨! 제발!"

"죄송합니다. 실례 좀 하겠습니다."

하지만 내가 그녀를 처리하기도 전에 서휘는 결국 말해버리고 말았다.

"저런 첩출한테는 기회를 이렇게 퍼주시면서 왜 정통 청가인 저는 왜 아무 기회도 없는 겁니까! 일반 시비도 아니고 창기의 딸인데!"

"엿이나 ㅊ먹을 ㅅㅂㄴ아 진짜..그건 말하지 말라고 다른 사람 앞에서! 내가 빌었잖아..있는 자존심 없는 자존심 다 버리고 빌었잖아! 그렇게 날 망치고 싶었어 ㅅㅂㄴ아? 어떻게 얻은 내편인데!"

내가 그렇게 외치며 소매를 걷고 서휘에게 걸어가자, 서휘 자신을 포함한 진아와 세 가주 모두 놀라서 굳었다. 그 사이 내 주먹은 서휘의 얼굴을 정확히 향했다.

"아니..아가씨!!"

"소저!!"

뒤에서 들려오는 진아와 세 가주님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넷은 꽤 다급해 보였지만..어쩌라고. 그냥 언니나 실컷 패자. 아니, 죽여놓자.

"서월아...잠시...만..진..정해봐..."

"싫어. 내가 왜?"

내 주먹은 계속해서 언니의 얼굴에 정확하게 들어갔다. 어느새 언니를 패던 오른손에는 피가 묻어있고, 그녀의 얼굴은 코뼈가 심하게 부러져있었다. 이렇게 사람은 패면 안되는데...기분 좋다. 짜릿하다. 사람을 패고, 다치게 하는 게 이렇게 짜릿한 거였다니. 너무 몰입한 나머지 뒤에서 세 가주가 다가오는 것도 느끼지 못했다. 사명이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소저! 정신 차리게! 이러단 주화입마에 빠져!"

'주화입마? 안돼!'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그 생각 한 줄기에 내려가던 주먹이 멈췄다. 이제야 제정신으로 돌아오는 듯했다. 뒤를 돌아보자 세 가주가 약간..아니, 많이 놀란 표정으로 서있었다.

"...소저? 이제 정신이 좀 드는가?"

"네...실례를 끼쳐 죄송합니다."

"아니네. 나라도 그런 말을 들었다면 화를 참지 못했을 테니까."

'아차..! 정파인들은 혈통에 민감하다고 들었는데!'

"그, 그게...할말이 없습니다.."

'어떻게 얻은 내 편인데...이렇게 허무하게 놓쳐버리다니..'

내가 일어나 포권(주먹이랑 손바닥이랑 맞대면서 하는 무협지에 자주 나오는 인사)하자 공암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뭐, 그게 중요한가?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건..우리 혈통보다 실력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거지."

"네...?"

  1. 너무 자주 쓰나..? 오히려 재밌어 럭키비키
    • 25-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