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닉넴 - 러 = 무협소설

그렇게 아주 빠르게 몇주가 지나갔고, 드디어 비무 날이 되었다.

"하아..시간 진짜 빠르다..안그래, 진아야?"

"그러게요...그나저나 가문의 일원만 비무를 구경할 수 있다니, 너무 불공평하지 않아요?"

"너가 내 쌍둥이 동생으로 들어오면 되는데."

"..그냥 아가씨께 결과 듣는 게 나을 것 같네요."

"알았어. 그냥 농담이야."

"농담 맞죠?"

"응. 농담 맞아."

"아닌 것 같은데.."

"농담 맞아!"

"알겠어요 ㅋㅋ"

우리가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 또다른 하인이 들어와 내게 시간이 됐다고 알렸다.

"벌써? 그럼 비무복으로 갈아입고 나갈게."

"아..그게 아니라 가주님께서 부르십니다. 당장 오라고 하셔서요."

그 말에 갈아입을 옷을 챙기던 내 손이 멈칫했다.

"아버지께서? 또?"

"네. 지금 당장 류은전각으로 오라고 하십니다."

'또 뭘 하려고..'

"알겠어. 지금 바로 간다고 전해드려줘."

"네."

하인이 나가자마자 입에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가기 싫다..하...그래도 그 대단하신 가주님 명이니 가야겠지?"

"다녀오세요. 매년 비무때마다 부르셨잖아요."

"쳇, 알았어."

대전에 들어가자 놀랍게도 이번엔 아버지 혼자가 아닌 주하빈가, 해신강가, 영진예가의 가주들도 앉아있었다. 심지어 약간 화난 듯한 표정의 언니 청서휘도 있었다.

"무슨...아, 세 가주님을 뵙습니다."

세 가의 가주들이 각각 말했다.

"반갑네."

"음..겉보기엔 영락없는 삼류인데.."

"약관도 채 안되어보이는군. 일단 앉게."

내가 자리에 앉자 아버지가 못 믿겠다는 투로 말했다.

"사명(주하빈가 가주), 창원(영진예가 가주)의 말대로 이 아이는 삼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운찬(아버지), 내가 겉보기에 삼류라고 했지, 내공과 경지까지 삼류라고 한 건 아니네."

그 말에 빈사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창원의 말이 맞아. 우리가 끓어오르는 화산의 경지라면 청 소저는 그 화산의 분화구를 아주 무거운 돌로 막아놓은 느낌이야. 그것도 자기 자신이 의도적으로."

'음..너무 빨리 눈치채신 것 같은데.'

"음, 그래서 자네들이 내 여식에게 엄청난 잠재력을 느끼고 부른 것인가.. 하지만 서월의 잠재력이 아무리 뛰어나봤자 이류나 일류 수준일 터. 그 이상이라면 굳이 내공을 숨길 필요가 없지 않겠나? 그리고 잠재력이라면 서휘가 더 뛰어나다. 그렇지, 서휘야?"

'대화의 대상은 난데 왜 여기서 언니가 나오는데.'

그제서야 언니의 표정이 활짝 피었다.

"맞습니다! 저것의 잠재력이 아무리 많아도 잠재력으로만 따지면 전 거의 절정의 경지입니다!"

하지만 세 가주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청서휘 소저에겐 관심이 없소. 운찬, 소저는 이제 내보내도 되겠구려. 일류 비무를 준비할 시간을 줘야지."

"...알겠네. 서휘야, 이제 그만 나가보거라."

그 말에 언니는 크게 상처받은 것 같았다.

"..알겠어요, 아버지."

그녀가 나가자마자 아버지가 사명에게 물었다.

"그럼 서월의 잠재력이 어느 정도의 경지란 말인가?"

아버지가 묻자 공암(해신강가 가주)이 답했다.

"우리 셋이 화경의 경지에 오른지 5년 정도가 됐고, 지금은 화경 초중반 정도지. 그리고..청 소저는 우리와 동급, 혹은 그 이상일세."

'아니 그걸 어제 저녁으로 짜장면 먹었다는듯이 말하시네;;'

"뭐어??!! 그럴리가! 서월아, 저들이 잘못 본거지? 그렇지?"

"그게 정 궁금하시면 나가서 확인하시죠."

"왜 나간단 말이냐?"

"전각이 무너질까봐요."

"그 정도냐? 알았다. 자네들도 일어나겠나?"

"그러지. 진정한 고수의 등장인데, 마냥 앉아서만 볼 순 없지 않나."

나를 포함한 다섯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전각 앞의 공터로 나왔다. 나는 중앙에 서고, 나머지 넷은 조금 떨어진 곳에 섰다.

"그래도 자네들, 너무 기대하지 말게."

"운찬, 자네는 청 소저를 너무 과소평가해. 아무리 자네 피가 반쪽밖에 없다곤 하지만 말이야."

"창원의 말이 맞아."

"잡담은 그만하고, 보게. 내공의 봉인이 서서히 풀리고 있어. 비유하자면 분화구를 막은 돌이 깨지기 시작하는거지. 곧 있으면 완전히 깨지겠군."

'뭔 얘기를 저렇게 하는거야. 아무튼 지금은 내공을 푸는데만 집중하자.'

눈을 감고 단전에 온 신경을 집중시키자 내공을 억지로 가둬놨던 가상의 벽이 깨지고 내공이 원래 화경의 경지로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눈을 뜨자 류은전각 전체가 흔들리고 바람이 세게 불고 있었다. 심지어 내 위의 하늘로 구름들이 몰려들어 먹구름이 되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내 위만.

'뭐야 날씨는 왜 바뀌는데 뭐지..'

"이, 이럴수가.."

"말도 안돼..."

"드디어..드디어...!"

"이, 이건..."

"이정도면 충분히 제 경지를 믿으시겠나요, 아버지?"

내가 그를 돌아보며 말하자, 그는 그대로 쓰러졌다.

"왜 저러시지..어, 이 먹구름 때문인가? 내가 내공을 갈무리하면 다시 없어지려나.."

다시 눈을 감고 내공을 새로운 벽 안에 가두자 비가 그치고 하늘이 맑아졌다. 이 모든 걸 지켜본 세 가주는 그저 나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그러다가 결론을 내린 듯 나를 보고 말했다.

"소저, 아무래도 소저의 내공은 정파, 무림맹의 내공이 아닌 듯 하오. 우리들의 내공과는 오히려 정반대지."

공암이 말하자 사명이 그 말을 받았다.

"그렇다고 사파나, 흑도의 내공은 아니지. 그것들보다 훨씬 더 어두워."

"청 소저, 올해가 가기 전에 소저는 큰 사건 하나를 겪을 것이오. 그 사건에 휘말리지 않게 주의하시오."

"음..네, 새겨듣겠습니다."

"가주님! 방금 여기서 엄청난 기운이..가주님?!"

한 하인 하나가 달려오더니 쓰러진 아버지를 보고 놀라 나와 아버지, 그리고 세 가주를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어...어? 어어어?!"

그는 상황파악을 끝낸 듯이 세 가주를 보더니 소리를 지르며 도망갔다.

"저 하인, 아무래도 가주님들께서 엄청난 기운을 만들어내신 걸로 아는군요."

"그러게 말이다, 소저. 그런데, 이제 소저는 어떡할건가? 당장 오늘만 해도 더 이상 삼류 비무에 참가하긴 힘들텐데, 운찬도 쓰러진 마당에."

"음..생각해보니 그렇네요. 아무래도 오늘은 진아와..아, 저와 친한 하인입니다. 아무튼 진아와 시간을 보내는게 낫겠어요. 가주님들께선 본가로 돌아가실 계획이십니까?"

내가 묻자 창원이 말했다.

"음...소저만 괜찮다면 난 소저와 좀 더 얘기를 나눠보고 싶네만, 자네들은 어떤가?"

"내 생각도 마찬가지네."

"나도. 소저는 어떤가?"

"전..좋습니다!"

'해연청가도 색깔이 있구나..'

"저, 죄송하지만 진아에게 말만 전하고 와도 되겠습니까? 기다릴 것 같아서요."

"그 진아라는 하인을 굉장히 아끼나보군. 기다리겠다."

"제 친구라서요. 감사합니다."

경공으로 한 걸음 만에도착해 내 방문을 열자 진아가 초조한 듯이 손톱을 뜯으며 앉아있었다. 그러다 나를 보더니 표정이 밝아졌다.

"아가씨! 류은전각쪽에서 갑자기 이상한 일이 일어나서 혹시 잘못되셨을까봐 걱정했다고요!"

"걱정해줘서 고마워. 지금 가주님들과 얘기하고 있는데, 너도 같이 갈래?"

"예? 저도요? 전 왜요?"

"그야 재밌을 것 같으니까. 사실 너한테 선택권은 없어."

나는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손을 잡고 경공으로 전각에 도착했다.

"아가씨..?" 

"오, 소저가 청 소저가 말한 진아인가? 만나서 반갑네."

진아가 놀라서 굳어있자 내가 그녀의 옆구리를 툭 치며 말했다.

"뭐해, 인사드려야지!"

"앗, 가, 가주님들을 뵙습니다!"

  1. 아니 제가 이런 사이트 말고 걍 노트북에다가 판타지도 쓰고 있거든요? 근데 무협이 젤 재밌어요..
    • 25-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