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양플랜트협회 산하 ISC 보고서 발간
불황기 속 누적된 저임금·직업 안전성 우려
“민관학연, 조선업 이미지 제고에 힘 모아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쏟아지는 수주에도 조선소에 ‘배를 만들 사람이 없다’는 생산인력 부족이 현실화된 가운데, 10년 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인 기술인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관련 전공자조차 졸업 후 여타 산업군으로 이탈하고 있는 현황에서 유관 기관은 “고임금, 직업 안정성에 대한 확신, 기업에 대한 신뢰가 우수 기술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이라고 제언한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산하 기관인 조선·해양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이하 조선해양ISC)가 4일 펴낸 ‘조선해양산업 기술인력 양성 현황과 현안’을 살펴보면, 2014년 2260명 규모였던 순수 연구 인력은 2022년 기준 1250명에 그치고 있다.

불황에서 탈출한 조선업계가 재차 수주 랠리를 맞이하곤 있으나, 누적된 관련 산업군의 이미지 추락과 실질임금 하락의 영향으로 취업을 희망하는 고급인력이 대폭 감소했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조선해양ISC가 국내 주요 대학 조선해양공학과의 2022년 졸업자를 조사한 결과, 조선해양 업계에 취업하는 학부생의 비율은 평균 30%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국보다 먼저 조선산업 인력 부족을 겪었던 일본의 경우, 동일한 문제가 1990년대부터 이어져오고 있다. 1995년부터 2018년까지 오사카 대학 조선해양공학과 졸업생의 석사 진학률은 연평균 73%로 매우 높은 수준이나 조선소 취업은 6.5%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석사 졸업생조차도 박사과정 진학률은 7%에 머무르고 있으며, 조선소 취업은 26% 수준이다.

중국 대학도 상황은 비슷하다. 조선해양ISC는 “중국에서 최상위급의 대학인 상하이 교통대학의 경우, 학부 졸업생의 절반 이상이 국외 유학·IT 기업·금융계 등으로 진출하며 조선산업과 관련한 직장으로 취업하는 비율은 낮다. 또한 대학원 입학생의 대부분은 타 대학으로부터 입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서는 고급 기술인력들이 여타 산업군으로 이탈하는 주요 원인으로 ▲상대적 저임금 ▲직업 안전성에 대한 우려 ▲기업의 비전 부재 등을 꼽았다. 특히나 “불황기를 거치며 상대적으로 타 산업 분야에 비해 낮아져 있는 실질 임금을 증가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HD현대 판교 글로벌연구개발센터(GRC). 사진=HD현대
HD현대 판교 글로벌연구개발센터(GRC). 사진=HD현대

친환경화·스마트화와 같은 신기술 분야의 등장과 함께 조선업계에도 다양한 분야의 우수 기술 인력들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인력·설계인력은 단기간에 육성하기 힘들고 대체인력도 없는 터라, 향후 대형 조선3사(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간의 관련 인력 확보 경쟁도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선해양ISC는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의 등장 이전까지는 HD현대 그룹의 적극적 기술인력 확보로 타 기업들의 불만이 강했으나, 한화오션이 기술인력 확보에 적극성을 가짐에 따라 향후 기술인력 확보가 경쟁적 방법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라고 내다봤다.

조선사들의 기술인력 쟁탈전이 지속된다면, 일련의 과정 속 근로자들의 급여나 근무 환경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 다만 경쟁이 지나친 과열 양상에 치닫게 될 경우, 이는 고정 비용이 증대된 조선사들 간의 ‘치킨게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에 보고서는 기업 간의 인력 확보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되기 전에, 조선사들이 경쟁의 한계에 대해 논의할 것을 권했다.

대신 각 조선사들에게 ▲개인별 연봉제 ▲연봉제 대안으로 개별 성과급 확대 ▲여성 기술인력 확대 ▲사내 벤처 등과 같이 사업화 등에 따른 개인 만족도 향상 제도 운영 ▲전문성 높은 고연령 연구자·기술자의 근무 상한연령 연장 ▲아웃소싱 강화 등, 우수 기술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혁신적 인사 정책’을 제안했다.

정부 부처 및 학계에도 관련 사안에 대한 관심과 대응을 주문했다. 결국 업계 전반의 인력풀이 충분히 확대되지 않는다면, 조선사들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간 진행돼온 조선해양 인력양성 사업들이 단기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 한층 장기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과 이를 위한 재원 지원을 요청했다.

아울러 불황기를 거치며 부정적 인식이 커진 업계 이미지 제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조선해양ISC는 “최근 HD현대의 기업 광고나 조선산업의 호황기 진입에 대한 예측이 계속 발표되며 이미지가 크게 개선됐다”라면서 “직업의 안전성과 산업에 대한 이미지 제고는 우수 인력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민관학연 모두 노력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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