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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학습하고 성장하도록 돕는 것, 그게 내 역할이다
스스로 학습하고 성장하도록 돕는 것, 그게 내 역할이다
  • 임은선
  • 승인 2023.10.24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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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코로나시대 최고의 강의 33 임은선 부경대 국제통상학부 조교수

미국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는 동안 나는 비상경계열 학생을 대상으로 ‘Introduction to Economics’라는 과목을 가르쳤다. 내가 가르치는 ‘Ecomomics’는 개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인문학·예술 등 수학과 전혀 관련 없는 전공의 학생에게는 오르기 힘든 높은 산과 같은 과목이었다.

이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마찬가지였다. 국제통상학이라는 전공을 위해 반드시 미시·거시·국제 경제학 등 다양한 경제학을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 역시 필수과목인 국제경제학을 제외한 다른 경제 관련 과목은 되도록 피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비단 경제학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처음에는 경제학이 어렵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학생들이 기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러 해 학생을 가르치며 단지 경제학이 어렵다는 고정관념이 주된 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학생 스스로 경제학 공부에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졸업 학점 획득 외의 다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학생 스스로 경제학에 흥미를 느끼고 스스로 경제학 지식을 쌓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이 교수자로서 나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나는 교수법과 관련한 워크샵에 참여해 새로운 교수법을 배우고 수업에 적용해 보는 등 다양한 연구와 시도를 병행했다. 코로나19 시기에도 마찬가지였다.

임은선 교수의 줌 활용 수업 모습이다.

코로나19 시기의 시행착오

2020년 1학기, 우리 학교는 전면 비대면 수업을 시작했다. 당시 줌(zoom)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실시간 강의 진행은 무리일 것이라 생각해 줌으로 사전제작 강의를 만들었다. 사전에 제작한 강의를 LMS시스템에 업로드하고 정해진 수업시간에만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했다. 강의를 미루어 한꺼번에 듣는 학생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일부 학생으로부터 복습을 위해 강의 공개 시간을 늘여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중간고사 이후, 출석 인정은 강의 시간에 수강한 학생에 한해서만 이뤄졌고, 수업시간 이후 1주일 정도 강의 공개시간을 늘여주었다. 

2020년 2학기에는 줌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실시간 강의에서는 학생의 반응이 채팅창이나 음성으로 바로 확인이 가능했다. 그리고 대면수업 보다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고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 하는 등 강의실에서 진행하는 대면수업 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수업을 듣고 있는 현장(집이나 카페)의 와이파이 사정에 따라, 수업을 놓치는 경우를 종종 발견하게 돼 실시간으로 수업을 녹화해 LMS에 업로드했다. 사전제작 강의와 마찬가지로, 학생이 복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이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적극적인 학습자가 되기를 기대하며 여러 교수법을 활용하고 있다. 블렌디드러닝 수업으로 진행하는 1학년 ‘국제무역의 이해’ 수업 모습이다. 사진 제공=임은선

코로나19 이후, 블렌디드러닝과 하브루타 

2022년 2학기부터 대부분의 수업을 블렌디드러닝으로 진행했다. 특히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국제통상정책론과 경제통합론은 학생이 사전에 LMS에 업로드된 강의를 듣게 한다. 대면수업에서는 관련 문제를 풀면서 Q&A 세션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답이 틀리는 경우라도 답이 틀렸다고 바로 언급하기보다는 학생이 그런 답변을 제시한 이유를 물어보면서, 학생이 스스로 오류를 발견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에게도 오류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도록 계속 질문-답변을 반복하는 ‘하브루타’ 방식의 교수법을 나의 수업에 적용했다. 

학기 초에는 비대면 수업에서 보였던 학생의 적극성을 대면수업에서 보기 어려워, 학생의 참여를 이끌어 나가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하브루타’를 적용하며 학생이 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설사 틀린 답을 이야기하더라도 틀린 답을 했다는 것에 집중하지 않았다. 틀린 답에서 오류를 찾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 집중하면서 학생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 

블렌디드러닝 수업으로 진행하는 1학년 ‘국제무역의 이해’ 수업 모습이다. 사진 제공=임은선

앞으로의 수업 방향, 티칭에서 코칭으로

그동안 내가 주로 가르친 과목은 다양한 경제 이론의 이해에 초점을 맞춘 수업이라 일방적인 지식 전달 위주로 수업을 운영했다. 현재 챗GPT 뿐만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통해 학생은 나를 통해서 얻는 지식보다 훨씬 더 폭넓은 지식을 스스로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앞으로 그 기회는 더 많아질 것이다.

과거와 다른 교수자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앞으로 교수자는 지식 전달을 위주로 하는 티칭이 아닌 학생 스스로 배우는 과목에 흥미를 가지고, 능동적으로 학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코칭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내가 가르친 과목에서 학생에게 그룹 과제를 할 기회를 주지 못했다. 다양한 학생의 눈높이에 맞추어, 국제경제 및 통상정책과 관련한 이론을 이해시키는 것 만으로도 진도 일정을 맞추기가 버거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과의 상담을 통해 학생들은 스스로 마음 맞는 친구와 어울리며 서로 이해한 내용이 맞는지를 확인하고 질문하면서 같이 공부한다는 걸 알게 됐다. 심지어 어떤 학생은 지난 3년 동안 내 수업을 꾸준히 듣고 ‘경제학제’라는 그룹명까지 짓고, 늘 같이 경제학 공부를 한다고 했다. 

다음 학기부터 ‘국제통상정책’ 과목은 PBL수업을 하려고 준비 중이다. PBL은 그룹 프로젝트를 위주로, 사례를 다루는 수업에서 많이 채택하고 있는 혁신수업의 한 방법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나의 경우, 대면수업 전에 사전제작 강의로 이론 내용을 먼저 학습하고, 대면수업에서는 Q&A 세션 형태로 복습하는 시간을 갖는 기존 수업방식을 유지할 것이다. 이에 더해 그룹 과제를 주어 현재 시행되고 있는 통상정책을 학우와 함께 평가하고, 해결 방안이나 찬반 의견을 제시하며 학우들 앞에서 발표할 수 있는 기회도 주려고 한다.   

학생은 단지 의자에 앉아서 강의만 듣는 수동적인 학습자가 아닌, 적극적으로 본인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적극적인 학습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런 과정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학생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국제통상정책 등 다양 경제 과목을 공부하며 스스로 흥미를 느끼고 성장하는 데 희열을 느끼기를 희망한다. 

임은선 부경대 국제통상학부 조교수
국제통상정책·국제통화정책 등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부경대에서 국제무역의 이해, 경제학개론, 경제통합론, 전략경제학, 국제경제학 그리고 국제통상정책론 등 다양한 경제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2023년 1학기 부경대 경영대학 강의평가 우수교원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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