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25-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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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수도 세카테르 외곽, 한 지하감옥 최하층. 복도의 돌 문이 끼이익 소리를 내며 열리고, 경비병의 눈에 검고 긴 머리의 여자가 턱수염 난 남자의 목을 칼로 찌르려 하고 있었다. 주변에는 이미 네다섯 구의 시체가 괴상한 자세로 놓여 있었다. 경비병은 긴 창 끝으로 여자의 손에서 칼을 떼어놓고는 낮은 목소리로 여자에게 말했다.
"에린 베르니카 크루엔투스 엘턴. 지금.. 무슨 짓이지? 한달 뒤가 출소일이다. 이렇게 매번 피를 뒤집어쓰고 있으면 곤란해. 그대도 귀족, 심지어 백작가 영애면서 귀족의 명예도 모르나?"
에린이라 불린 여자가 멍한 듯 날카로운 눈빛으로 천천히 교도관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자들이, 귀족 영애가 살인을 저지르고 귀족용 감옥도 아닌 평민용 감옥에서 7년째 있다면서 귀족의 명예를 더럽히기에 죽였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내 목소리가 이렇게 낮았었나. 열린 문틈 사이로 갑자기 들어오는 햇빛에 시야가 맑아진다. 머리카락은 언제 또 이렇게 길었지. 지난달에 받은 흰색 셔츠는 한달 만에 비린내 나는 붉은 셔츠가 돼있고. 앞은 약간 붉고 흐릿해.
(하루에 8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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