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찾아서 기분 째지는 사람이 쓴 무협 소설(핳)
- 25-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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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평범한 날의 해가 뜨고 지는 게 30일째. 드디어 연회에 가는 날이 됐다.
"아가씨, 오늘 저 지루해서 뭐하죠?"
"무공 서책 줄까? 한 권 있는데. 이참에 해연검법도 익혀 놔."
"쌍설화검법으로 일 초식만에 파훼될 걸 배워서 뭐해요. 그냥 쌍설화검법 수련이나 더 할게요."
"그래. 그럼 나 다녀올게!"
"다녀오세요!"
(가는 길)
"하아...해연청가가 청해에 있는데..호남까지 어느 세월에 가냐.."
"어라? 소저가 청 서월 소저입니까?"
"아..맞습니다. 소협은 누구...?"
"백부님께 얘기 많이 들었어요. 빈자원입니다."
"아..소협은 어디 가는 길인가요?"
"백부님의 추천으로 후기지수들의 연회에 가는 길입니다."
"저와 행선지가 같으시군요."
"그런가요. 그런데..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경지를 풀어주실 수 있으십니까? 백부님이 자랑하신 소저의 경지가 궁금한데."
"그건..안될 것 같네요."
"알겠소. 그럼 연회에서 봅시다."
"네."
(사천에 잠시 들름)
"와..여기가 사천이구나! 이게 사천당가의 위력인가..맞다, 이번 연회에 사천당가의 당소완도 온다고 한 것 같은데. 한번 볼 수 있으려나?"
"사천은 옛날부터 당가의 땅이었지. 잠깐 들러보고 싶은데. 괜찮으려나?"
큰길을 따라 쭉 걷다보니 사천당가의 대문이 나왔다. 경비병이 내게 물었다.
"무슨 용무로 오셨습니까? 옷차림이 사천의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아, 청해에서 왔습니다.후기지수들의 연회에 가는 길에 잠시 들르는 김에 당소완 소협을 한번 만나보고 싶어서요."
"오..! 혹시 벌써 일류의 경지에 올랐다던 청서휘 소저십니까?"
'내가 아무리 언니랑 똑같이 생겼고 키도 비슷하다지만..너무하네. 쳇.'
"아뇨.언니는 이번 연회에 초대받지 못했고, 제가 가게 되었어요."
"그렇다면 혹시.. 청서월 소저입니까?"
'이것봐라. 언니는 '십'니까? 면서 난 '입'니까? 라고? 좀..빡치네?'
"네, 그런데요? 삼류는 당가에 출입도 불가능한가요?"
'음..표정을 보니 얘는 뭐야..? 하는 표정이군.'
"표정을 보니 안되나 보네요. 정말 궁금했는데."
"아, 아닙니다! 당가는 무공을 익히지 않아도 들어오실 수 있어요! 하물며 삼류는 오죽하겠습니까! 들어오세요!"
"아, 이제 되나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이거지.'
대문을 넘어 들어가자 탁 트인 넓은 연무장이 보였다. 몇몇 당가의 구성원들이 비무를 벌이고 있었다.
"와..역시 넓네. 사천의 지배자답다."
"그렇죠? 아, 그런데 당소완 공자께선 지금 저쪽에서 비무 중이신데..손님이 찾아왔다고 말해드릴까요?"
"아니에요. 기다리다 보면 기척을 느끼고 알아서 비수가 제 쪽으로 날아올 테고, 제가 그걸 완벽하게 잡아내면 그걸로 충분하죠."
내 말에 안내해주던 하인이 놀란 듯 토끼눈을 떴다.
"그, 그럼 청 소저께서는 당가의 비수를 잡을 수 있다는 겁니까?"
"뭔가 다른 기척이..누구냣!"
"네. 그정도야, 뭐. 아, 저기 날아오네요. 피하세요."
저 멀리서 반짝거리는 뾰족한 무언가가 날아오자 왼손 검지와 중지에 내공을 주입한 뒤 잡을 준비를 했다.
"아, 아니..위험합.."
"이정도도 못 잡는 거 아니면 나와 계세요."
"예? 예에.."
'온다.'
탁.
반짝이는 은색 비도가 날아와 그대로 내 왼손 검지와 중지 사이에 들어왔다. 비도를 잘못 날린 사람도, 비무하던 상대도 옆에서 지켜보던 하인도 매우 놀란 것 같았다. 난 씨익 웃으며 말했다.
"잡았다."
"소저!"
"....네 비수를 손가락으로 잡는다고? 대체 저 소저는 누구지?"
"뭐야..잡힌거야? 내 비수가? 물론 저 사람이 다치길 바란 건 아니지만..근데 저 남색 머리칼은..해연청가 아닌가?"
"어? 그렇네! 그럼 일류 고수라는 청서휘 소저인가봐. 가보자! 다쳤을지도 모르고, 미모가 엄청나다던데."
비도를 날린 쪽에서 두 명의 남자가 뛰어오는 게 보였다.
"소저! 괜찮으십니까?"
"청서휘 소저 맞죠? 와..소문대로 정말..."
'도대체 언니란 작자는 밖에서 뭘 하고 다니는 거야?!'
"서휘요? 그건 저희 언니 이름인데."
"...예? 그런 혹시 소저 이름은..."
"청서월이요. 아실텐데."
"청..서월...이요? 소완아, 넌 들어본 적 있냐?"
"아니.. 군영, 너는?"
그의 말에 군영이라고 불린 남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젔다가 뭔가 생각난 듯 소완의 귀에 대고 뭔갈 속삭였다.
"뭐에요? 사람 앞에 두고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고."
내가 말하자 소완이 내게 조심스런 어투로 물었다.
"그..혹시 소문이 사실인가요?"
"무슨 소문일진 모르지만, 아마 맞을걸요."
"그럼..정말...그...가주의 사생아라는 게.."
'언니 자식이 퍼트렸군. 내 평판 낮추려고. 그래도 내 경지에 대한 소문은 퍼지지 않았나 보네.'
"맞아요."
"아.."
"근데, 혹시 당소완 소협이 만천화우를 쓰는 걸 한번 봐도 될까요?"
"예? 저요?"
"네. 일품이라던데."
"에이~ 소완이 실력이 그정돈 아닙니다! 오히려 저,군영이 더 잘.."
"아뇨. 죄송하지만 소협의 만천화우를 보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뭐지?'
"소완아..나 여자한테 차였다..내가 여자한테 차이는 얼굴이 아닌데.."
"진짜 차드릴까요? 내공을 가득 담아서."
"군영 너는 진짜 색마다 색마. 하여간 연애 관련 일은 정파, 사파를 가리지 않고 다 안다니까. 지금은 내공을 많이 소모한 상태라 내일에나 가능할 것 같은데..머물다 가시겠습니까?"
"아뇨. 어쩔 수 없죠. 연회에 가야 해서."
"아, 후기지수들의 연회 말입니까? 저도 가는데, 이렇게 먼저 만나게 되는군요."
"소저는 삼류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렇네..어떻게 연회에 가게 되었습니까?"
"실은..삼류의 경지가 아닙니다."
"오! 그럼 일류? 혹시..절정....?"
"화경..인데요..."
".....그..사천당가는 거짓말하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요.."
"보여드릴까요?"
"네.."
"군영아, 진짜일까?"
"저렇게 예쁜 사람이 말하는 건 다 옳아."
"으이구, 색마."
가부좌를 틀고 앉아 단전에 집중하자 퍼져있는 적은 내공 중간에 단단한 벽으로 둘러싸인 원래의 내공이 느껴졌다. 벽을 깨는 상상을 하자 서서히 원래의 내공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내공이 돌아오면 돌아올수록 하늘이 흐려지고 비가 오기 시작했다.
'또야? 요즘 왜이러지..'
내공이 완전히 돌아오고 나서 일어섰는데, 소완이 내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소저..소저의 내공이..."
'내공이 왜?'
그렇게 생각하며 내공을 오른손에 뭉쳐보니 원래의 흰색이나 옅은 하늘색인 내공과 다르게 어두운 빨간색이었다.
"ㅅㅂ 뭐야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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