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은 S급 킬러-9

"진짜..예뻐. 너랑 나랑 사귀면 완벽한 커플인데..왜 맨날 내가 싫다고만 하는 거야?"

"저보다 더 완벽한 학생들도 많았어요."

"걔네는 내가 좋다고 하면 그걸 덥석 물어버릴 것 같았는데, 나한테 완전 홀려서. 근데 넌 저항하잖아. 못 벗어나는 걸 알면서도. 어차피 슈와츠는 내 손바닥 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악하잖아."

"...근데 절 왜 부르신 건가요?"

"말했잖아. 도착해서 말해준다고. 두번 말하게 하지 마."

"..네."

'에단 말이 맞긴해. 하지만.. 슈와츠는 대대로 러스킨 가문의 것이어도 에단은 성격이 진짜..끔찍하다고!'

"속으로 내 욕하고 있구나, 루비아?"

"..아닌데요."

"대답이 늦은 거 보니까 맞네."

"아닙니다."

"됐어. 너가 나 속으로 엄청 욕하는 걸 모를 정도로 바보는 아니니까."

"회장님, 도착했습니다."

"응. 내릴게. 먼저 내려, 루비아."

"네."

헬기에서 내리자 옛날 중세시대에도 있었을 것 같은 고급스러운 대저택이 보였다.

"본부는 처음 와보지 않아?"

"등급 배정받을 때 와보고, 그때 이후론 처음이에요."

"그때 내가 배정해줬나?"

"아뇨, 전 회장님이."

"아 그래? 그럼 오늘 한번더 받자. 나한테."

에단이 그렇게 말하며 내 손을 잡았다. 난 놀라서 손을 빼려고 했지만 뺄 수가 없었다.

"너가 나한테 벗어나려고 애쓰는 게 귀엽긴 한데, 내 명령을 거부하겠다는 뜻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만 해."

"...네."

'항상 이런 식이었지. 내가 좋다면서 풀어주고, 그래서 벗어나려고 하면 다시 잡고.'

"따라와. 회장실은 제일 꼭대기 층이야. 계단으로 5층이나 올라가야해, 귀찮게."

"그러게요."

'누가 보면 사랑의 도피하는 줄 알겠어..남자가 여자 손잡고 꼭대기 탑으로 달려가고 있잖아..'

회장실은 중세시대 저택답지 않게 굉장히 최신식이었다.

"회장실은 공을 좀 들였어. 내가 일할 곳이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며 회장실 문을 잠궜다.

"문은 왜.."

"이제 학교 동기로서의 에단이 아니라 시안의 회장 에단 러스킨이 돼야 하거든."

"네? 그게 무슨.."

"일단 거기 앉아봐."

에단이 의자를 가리키자 나는 거기 앉고, 에단도 내 맞은편의 의자에 앉았다.

"지금 너가 한국에서 다니고 있는 회사 이름이 '(주)삼일프로그래밍'이지?"

"네."

"거기에 너 부서는 검토 의뢰가 들어온 프로그램들을 검토해보고 문제점이 있는지 없는지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고. 보고서 작성 대부분은 그..강유한인가? 아무튼 반반하게 생긴 그 팀장이 하잖아. 맞지?"

"..네."

'다 조사한건가?'

"지난번에 S급 전담 스파이가 그러던데. 같이 밤에 라면을 먹었다고."

"그렇죠.."

"그때 시각은 새벽 2시. 평범한 직장인이 킬러랑 만나서 아무렇지 않게 대화하고 같이 라면을 먹을 시간은 아니야. 그리고, 아주 우연찮게, 살호의 S급 킬러들을 조사하는 도중에 그 팀장이라는 작자랑 똑같이 생긴 사람을 발견했어. 이름도 똑같고. 근데, 제일 재밌는 게 뭔지 알아? 이거 봐봐."

에단은 그렇게 말하면서 내게 면접 서류같은 종이 한장을 내밀었다. 거기엔 유한의 사진과 이름, 나이, 그리고..현재 위장해서 취업한 회사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주)삼일 프로그래밍'.

"...!"

'설마..승민 씨?!'

"너..나 말고 다른 남자랑 놀지 말라고 했잖아. 넌 내꺼라고. 근데..어떻게..하필이면 골라도 살호의 S급 킬러를 고를 수가 있어? 진짜.하...야, 꿇어."

"네?"

"뭐해? 꿇으라고. 이해가 안돼?"

저 눈빛. 궁지에 몰린 토끼를 앞에 둔 호랑이의 눈빛. 죽고 싶은 게 아니면 순순히 명을 따르라는. 예전의 나라면 따랐겠지만...

"...싫습니다."

내 말에 에단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뭐? 너가 언제부터 내 말을 거부할 수 있었지?"

"....."

"꿇기 싫으면, 지금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 가서 강유한인가 하는 작자를 죽이고 다시 와."

"...."

내가 계속 대답하지 않자 에단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왜, 좋아하는 사람 죽이려니까 차마 그건 못하겠어? 그럼 꿇어."

'..유한 씨를 죽일 순 없다고..나중에...잊지 않을 거야...'

난 어금니를 깨물고 천천히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야..사랑의 힘이 그렇게 대단했구나? 근데 어쩌지? 너가 내 앞에 무릎을 꿇는 거와 상관 없이 넌 나한테 맞아야 하는데?"

"..네? 왜..."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그의 발이 나에게 날아왔다.

"크헉!!"

"다시는, 다른, 남자, 만날 생각, 하지, 마."

그는 말 한마디 할 때마다 나를 발로 찼고, 구석에 몰린 난 그걸 막지 못하고 있었다.

"후..알겠어? 나 말고 다른 남자는 생각도 하지 말라고."

"으윽..네..."

"가. 꺼져버려."

"...."

"에일린, 데려가서 호텔로 보내."

"넵."


[며칠 뒤, 호텔 방 안]

'외상은 남지 않았지만 내상을 입었어..그래도...유한 씨를 죽이는 것보단 나은 선택이야.'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최대한 빨리...에일린?"

"왜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건데? 거기서도 임무를 받고, 서로 죽이고, 전면전을 벌이는 건 똑같잖아."

"...한국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말이 안 통하네. 야, 따라와. 짐 다 챙겨서."

"..왜?"

"왜긴 왜야, 너가 좋아하는 사람 다시 보러 가야지."

"뭐?"
"안갈거야? 지금 회장님 잘 때 가야지."

"응..근데 넌 왜 날 도와주는거야? 슈와츠 때, 너도 날 괴롭히진 않았지만 방관했잖아."

"...나도 뒷배가 없으니까, 너처럼 되기 무서웠어. 하지만 사과할게."

"사과는 됐어. 지금 너, 비서직을 걸고 날 도와주는 거잖아? 그정도면 사과 안해도 돼."

"..고마워. 병원도 들러야 하지 않을까?"

"변명하기 복잡해지잖아. 병원비도 많이 들고. 이 정도는 한국 가서 치료받아도 늦지 않아."

"그런가. 다 챙겼어? 택시는 밑에 잡아놨어. 빨리 내려와."

"..응!"


[약 20시간 뒤 인천공항]

"하아아...비행기에서 토할 줄은 몰랐네..지금이 몇시야..6시네..집 갔다가 내일 출근해야지.."

"어? 저 사람 아니에요?"

"그런 것 같은데요? 도대체 뭘 해야 저 몰골로 영국 여행을 하고 오는 거지.."

'여행 아닌 것 같은데'

"...? 팀장님이랑..대리님? 여기 어떻게.."

"회사 쨌어."

"에...?"
"아니, 그보다 어디 갔다 온거야?"

그렇게 말하고 나서 유한은 내게 속삭였다.

"본부 다녀왔구나. 거기서 집착광공 에단 러스킨 눈 밖에 나서 맞고, 이렇게 만신창이로 돌아온 거잖아."

"아니 어떻게 안 거에요?"

"그게 중요한가? 더 중요한 건, 너가 다시 돌아왔다는 거지. 치료는?"

"며칠 쉬면 알아서 나아요, 이정도는."

"뭐야, 둘이 사귀어요?"

"닥치세요."

"맞네~"

"죽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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