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소설! -5

(치료 끝남)

"음..그대가 내게 죄송해해봤자 내 아들을 영영 보지 못하는 건 똑같잖은가. 의미없네."

"볼 순 있습니다."

"뭐?!"

"사실...제가 지금까지 죽인 사람들 영혼이 전부 저한테 달라붙어요. 원한 같은데..아무튼 몸에 붙여놓으니 너무 불편해서 구슬 형태로 간직하고 있고요. 그중 아드님 구슬도 있어요."

"그, 그게 정말인가?"

"(끄덕) 네."

"어, 어떻게 하면 볼 수 있지?"

"일단 주문을 외워야 하는데 그 주문이 '강 건너의 자들이여, 차가운 그-"

"유리언이 저깄다!! 잡아라!"

'아 맞다 나 대륙 전체 수배범이었지 참'

"음..여기다 주문 적어두고 갈게요. 구슬을 깨끗한 물에 담구고 이 주문을 외시면 하루에 1시간 동안 볼 수 있어요."

나는 주문을 적은 종이 위에 작은 보라색 구슬을 놔두고 갔다.

"고맙네..정말 고마워..."

'..죄송합니다.'

"그럼 전 이만 도망갈게요!"

"앗! 도망친다! 뒤쫒아라!"

(잠시 뒤)

"으악!"

'저 기사들 왜 저렇게 빨라!'

"(중얼)...이건 마력 소모가 커서 쓰고 싶지 않았는데."

나는 달리던 발걸음을 멈추고 왼손 검지,중지 손가락만 편 채 눈을 감고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새벽의 차가운 바람 한 줄기와 밤하늘의 밝은 별들이여, 그대들 앞에 서있는 저를 목적지로 인도해 주소서."

내가 주문을 전부 외자, 잡히기 직전이었던 내 몸을 바람이 띄우더니 지붕들 위를 빠르게 가로질러 가기 시작했다. 눈을 뜨고 밑을 보니 기사들은 저 뒤에 있었다.

"더 앞서야 되는데..바람아, 더 빨리는 못가?"

-못가. 지금도 최대 속도라고. 게다가 네 마력 생각은 안해? 바닥나기 직전이야.-

"정말? 그럼 지금 내려줘!"

-그래.-

발이 땅에 닿자마자 눈앞에 보이는 한 가게에 들어가서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헉헉) 죄송한데 저 좀 숨겨주실 수 있으신가요...?"

"꺄아아아악! 바렌셔스의 개다!! 도망쳐!!"

'ㅅㅂㄴ아 난 개가 아니라고..'

"저기요! 밖에 기사님들! 누굴 쫒으시는진 모르겠지만 여기 바렌셔스의 개가 있어요! 살려주세요!"

'아 ㅈ됐다'

"그게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은행 가서 현상금 받아가세요!"

"네!"

'그니까 내가 체포되는 게 해피엔딩이라는 거지? 좀 그렇네..'

<지하감옥>

"..또 왔네. 그때보다 보안이 몇 배는 더 강화된것 같다..탈출은 어렵겠어."

"애초에 탈출할 생각을 안하는 게 맞지 않나?"

"누구세요?!"

갑작스레 철창 밖에서 들려오는 엄근진 목소리에 놀라 소리쳤다.

"제 1기사단장 블레어 에스커다."

"근데 여기는 왜.."

"네놈 감시하려고 왔다. 겸사겸사 심문도 하고."

"아..."

"그래서, 왜 다시 돌아왔지? 전에 황궁에서 뻔뻔하게 돌아다니는 것만 봐도 부아가 치밀었지만 황명이니 참았었는데, 이번엔 그럴 이유가 없잖아."

'팔리아에 여행가있던 우리 딸이 너 때문에 시체로 돌아왔다고!!'

'나..참 만인의 적이구나..'

"음..얘기하자면 긴데..."

"전부 얘기해봐라."

"저, 기사단장님, 말씀 중에 죄송하지만 유리언 공작을 폐하께 데려오라는 황명이 떨어졌습니다."

"그런가? 아쉽군. 좀 더 파헤쳐 보고 싶었는데. 풀어줘라."

"...."

'내가 비밀이냐? 파헤쳐 보게.'


<본궁>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반란에 실패했나보군, 피투성이로 돌아온 걸 보니 말야."

"예..."

"근데, 자네가 반란에 실패한 것과 오늘 새벽, 정원에서 자네가 발견된 것의 연결고리를 못 찾겠는데."

"그게..반란죄로 고문당하다가 왕이 그냥 저를 정원에 던져놓고 갔습니다."

"그 말을 내가 어떻게 믿지?"

"...그러게요."

"농담이다."

"..절 믿으세요?"

"못 믿을 이유가 없지 않나."

처음이다. 누군가 날 믿어주는 게. 물론 내 앞의 황제라는 사람은 나보다 훨씬 지위가 높고, 내가 배신하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거겠지만, 그래도 처음 들어보는 말에 시야가 흐려졌다.
"아, 그리고 벨라가 황궁 온실 쪽에서 자네를 좀 보고 싶다는데. 황후도 같이."

"저를요? 왜..요?"

내가 황급히 눈물을 닦고 물었다.

"난들 아나, 그냥 할 말이 있다던데. 그리고 3시까지 보내라고 했으니 지금 가는 게 좋을 거야."

"예...감사합니다."

"아니네. 어서 가봐."

"..네."


<황궁 온실>

"와..."

유리와 금색 테로 만들어진 거대한 온실 안에는 갖가시 마법 식물과 화려한 꽃들, 그리고 네모난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다. 때문에 온실이라는 말보단 실내 정원이라는 말이 훨씬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세개의 의자 중 2개에는 각각 3황녀 벨라리에와 황후가 앉아있었다. 

"벨라, 꼭 나까지 여기 있어야겠니?"

"네, 어머니가 그 애한테 막말을 퍼부었으니 어머니가 직접 사과하는 게 맞죠."

"난 우리가 사과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