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돌아온) 황제였는데 노예가 되었습니다-7화 by 소설쓰는초6
- 24-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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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자고 (지난 이야기는 1~6화 보고 오시면 돼요) 참고로 아르투스 베르키아, 에렉투스 베르키아 입니다!
"삼자대면이라니..미쳤어?"
'누군가가 살기를 내뿜는 걸 본 건 그때 이후로 없는 것 같은데.'
다른 감정들과 다르게 살기는 물리적인 기운이라서 닿으면 베이거나 다친다. 감정을 물리적인 무언가로 바꾸는 것 자체가 마력이 엄청나게 소모되는 일이기 때문에 보통은 부모님을 죽인 원수를 만나도 잘 나오지 않는다.
"지,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봐."
"내가 왜 네놈의 말을 들어줘야 하지? 너같으면 인생을 통째로 망쳐놓은 사람 두명과 마주앉아서 얘기를 하고 싶을 것 같아? 조금만 생각해보면 답이 나올텐데. 너처럼 머리가 꽤 되는 사람이 이 말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
'에이든 베르키아가 이렇게 무서운 사람이었나..'
"대답 안해? 너같으면 좋겠어? ㅅㅂ 한명은 15년 동안 암살 시도를 하루에 두번은 했던 사람이고 한명은 내 최측근이었던 배신잔데! 좋겠냐고!!"
"며, 멱살은..이거 좀 놔봐!"
"대답하면."
"시, 싫겠지.."
그 말에 내가 그의 옷깃을 잡았던 손을 풀며 말했다.
"그런데도 그걸 하겠다고?"
"내가 하겠다고 한 게 아니라, 네놈 형제들이 내게 부탁한 거다."
"...며칠 뒤야?"
"오늘 오후 7시. 3시간 남았다."
"...."
'왜 말이 없지? 또 멱살잡히긴 싫은데'
"폐하, 소인에게 폐하의 옷을 빌릴 기회를 주시겠나이까?"
"??!!"
"야야 에이든..ㅈㄹ도 작작해야 ㅈㄹ이야...갑자기 왜그래 무서워.."
"크흠...아니..빌려줄 수 있긴 한데..옷이 없어? 그냥 평상시에 입는 옷을 입으면 안되는 건가?"
"..옷은 있지만 형님들 앞에서 입을 옷은 없습니다."
"어..알겠어. 그러니까 그 오글거리는 말투 좀 그만해."
"응. 근데..네놈 옷이 내 체형에 맞을지 모르겠군."
"음..하긴..에이든 너는 24살 평균보다 훨씬 작고 말랐는데 알렉토는 키도 크고 몸도 좋으니까.."
"차라리 옷이 안맞는 게 나아. 형님들 앞에서 이런 옷을 입을 순 없다고. 이것도 내 옷들 중에 그나마 좋은 옷이란 말야."
"....?"
"둘이 눈빛교환을 하질 말던가. 시아 너랑 네놈은 이런거 안 겪어봤잖아. 아무튼..네놈 옷 좀 보러 가자."
"...알겠어. 근데 왜 옷이 없는 거지? 황태자였으면 이런 옷 최소 다섯 벌은 있었을..."
"내가 퍽이나 황태자 취급을 받았겠다. 황족, 아니 마족 취급이라도 받으면 다행이었지. 이런 암울한 얘기는 그만하고 빨리 안내나 해줘."
"그러지...?"
[황제 전용 드레스룸]
"와.. ㄱ크다..."
"아무거나 한 벌 골라라."
"..이 은혜는 꼭 갚을게."
"갚을 게 뭐가 있다고. 이정도 옷도 없으면."
"내 마력 구슬 하나 줄게."
"그, 그렇게까진.."
"거절은 거절. 그나저나 이건 좀 화려한가?"
"음, 화려해. 그거 말고 이건 어때?"
"그건 너무 색이 어둡잖아. 난 갈색이 아니라 코발트블루색을 입고 싶다고."
"블루 계열은 저쪽에 있는데, 잠시만."
그때 근처에서 하인들의 쑥덕거림이 들려왔다.
"무슨 염치로 여길 들어오는 거야? 더러운 노예의 자식이면서. 소문으로는 어릴 때 황궁에서 지내지도 않았다지?"
"나도 그 소문 들었어. 황궁 정원 구석의 오두막에서 지냈다지? 아카데미에선 걸레짝 취급받았다던데. 근데 노예 ㅅㄲ는 그게 맞긴 해. ㅋ"
"ㅇㅇ 인정 진짜 더럽게..폐하 옷에 더러운 게 묻어도 되는가 모르겠어."
또 다른 옷을 향해 뻗던 손이 순간 멈칫했다.
'익숙하잖아, 그냥 넘겨. 사실이잖아, 무시해버려. 사실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 없어. 근데 그게..생각처럼 쉬운 일이면 얼마나 좋을까.'
눈물 한방울이 주륵 흐르는 게 느껴졌다.
"이제 오면 돼 잠시 문제가 생겨서..어?"
"아무것도 아냐. 파란색 계열이 어느쪽에 있다고?"
"저쪽..."
'우는 걸 본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이걸로 할 건가?"
"응. 오늘만 좀 빌릴게."
"그래. 근데 아까..."
"아까 뭐? 아깐 아무 일도 없었는데."
"아니다. 아무튼 이제 2시간 남았으니까 알아서 준비해서 본궁 2층 제 4회의실로 와라. 아, 네놈 노트는 내가 가지고 있겠다."
'본인한테 물어봤자 안 알려주겠지.'
"..형님들, 두분 다 오신대?"
"그건 아직 잘 모르겠지만, 아마 그럴 가능성이 높다."
"...알았어."
"....근데, 왜 아르투스와 에렉투스 베르키아에게 존대를 하는 거지? 3살 차이밖에 옶는 걸로 알고 있는데."
"글쎄. 어릴 때부터 그렇게 불러왔고, 난 지금 형님들을 그렇게 불러야 할 위치니까?"
"....."
"네놈은 삼자대면 준비나 해라. 나도 나대로 바빠."
"...? 그러지."
[2시간 뒤, 본궁 2층 제 4회의실]
'에이든 베르키아. 넌 인간계와 엘프계에서도 살아남은 사람(?)이야. 물론 그들보다 형님들이 더 두렵지만..할 수 있어.'
한번 심호흡을 한 뒤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두 형들이 자리에 앉아 날 보며 씩 웃고 있었다.
'어떻게 저렇게 비웃는 모습까지 똑같을까.'
"안녕, 에이든. 빨리왔네? 물론 우리가 더 빨리 왔지만."
".....도대체 이런 걸 왜 하는 거야?"
"보고 싶었어, 너가 우리 말에 아무것도 못하고 벌벌 떠는 게."
"맞아. 일방적으로 한 사람을 괴롭히는데 아무도 반박을 못해. 세상에 그 어느 누가 걸레짝 같은 ㅅㄲ를 한껏 짓밟아 주겠다는데 말리겠어?"
"그치그치. 그 걸레가 제 구실도 못하는 반쪽짜리라면 더더욱. 근데 에이든, 오늘 꾸몄네? 에이든, 너 따위 천한 신분에 이런 고귀한 옷은 안맞아~ 노예가 입는 누더기나 입으라고. 이렇게 고급진 옷을 입으면 노예 ㅅㄲ가 한순간에 황족이라도 될 줄 알았나 봐?"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
"그래? 그럼 이런 옷들은 왜 입은 거야? 훔쳤지?"
"뭐?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럼, 이 옷은 황제 폐하의 옷인데, 훔친 게 아니면 뭐야? 이래서 노예들은 안된다니까~"
"내가 빌려줬다."
"폐, 폐하..?"
"왜 그러지? 애초에 삼자대면이니 나도 참석하는 게 맞지 않나? 신청서에도 분명 내 이름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 베르키아 삼형제만 해도 이미 세명이군."
"아, 아닙니다..! 그냥..."
"그, 그냥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 에이든?"
"....응. 그냥 대화중이었다."
'표정은 전혀 아닌데.'
"그렇군, 그래서, 그대들은 왜 이런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던 거지?"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냥 에이든을 괴롭히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기자들까지 있는 곳에서 반박도 못하고 떠는 모습을 전국에 보여주고 싶었어요."
'기자들..?'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보니 많은 기자들이 벽면에서 우리를 보며 수첩에 열심히 뭔가를 끄적이고 있었다. 그중 몇몇은 나와 눈이 마주치곤 입모양으로 욕을 하기도 했다.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구나..'
아르투스의 말에 알렉토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 그런 기사를 실어도 그대들에게 이익이 돌아오는 게 없을 텐데?"
"하지만 선대 폐하의 지지자들은 기뻐하겠죠. 저흰 그걸로 충분합니다."
"당사자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 같은데?"
"한낱 노예 ㅅㄲ의 의견 따위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폐하나 저희 형제 같은 고위 대신들의 의견이 훨씬 더 중요하죠."
"음, 당사자는 안중에도 없나보군. 바로 앞에 있는데도 막말을 해대는 걸 보니."
"아마 사실이라서 저렇게 반박도 못하고 조용히 있는 걸겁니다. 저놈은 그 누구보다 저희가 가장 잘 아니까요."
'분하지만..사실이야. 지금까지 형님들이 내게 한 말들, 방금 그 말까지. 게다가 형님들은 내 가족이기도 하니 거짓을 말할 수도 없고.'
"그럼 내가 챙긴 이 노트는 별 소용이 없겠군. 혹시나 싶어 받아놨는데."
"그걸 진짜 챙겼어...?"
"...? 혹시 모르니 챙긴다고 내가 말했.."
"제국력 674년 4월 7일 오후 9시, 가해자는 작은형 에렉투스 베르키아. 내용. 통나무에 묶고 불 붙임. 영창 못 외우게 입막음. 탈출 방법, 영창이 필요없는 1레벨 기초 원소 마법 '워터'로 소화 후 동일한 기초 원소 마법 '파이어'로 밧줄 태워서 끊음. 에이든. 이거 다 뭐야?"
"....."
아으 지친다 근데 진짜 베르키아 형제 칼로 난도질해서 어따가 전시해놓고 싶네 개빡친다 으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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