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였는데 노예가 되었습니다 6화 - by 소설쓰는초6
- 24-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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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자고 (지난 이야기는 1~5화 보고 오시면 됩니다)
[아침 6시, 황궁 사용인관 앞]
"일찍 왔군. 이제 인정하는 건가?"
"반쯤. 인정보단 체념에 가깝겠지만."
"..그때보단 낫군. 몇달 전과 비교하면 천지차이지만."
내 귀가 새빨개지는 게 느껴졌다.
"..그때 얘기는 꺼내지 마라.."
'이렇게까지 반응할 줄 몰랐는데..근데 시종 복장 딱 맞네 원래 입었던 것처럼'
"아무튼 곧 시종장이 나올 테니 준비해라."
"....."
'멀쩡한척 해, 에이든. 어떤 모욕을 들어도 참는거야. 그동안 수도 없이 들어왔잖아. 참을 수 있어.'
"폐, 폐하! 부르셨습니까?"
"그래. 그건 그렇고, 이자가 오늘 새로 온 시종, 에이든 베르키아일세."
'끝까지 날 모욕하는구나...!'
"폐..하? 이자가 정말 제가 아는 그 에이든 베르키아입니까?"
놀란 듯한 시종장의 말에 알렉토가 내 망토 모자를 휙 벗기며 말했다.
"??!!"
"흠..자네라면 이 은색 머리카락에 붉은색과 보라색 오드아이, 그리고 반쯤 부러진 뿔. 이 정도면 충분히 유추할 수 있을 텐데?"
"제가 이자를 알아보지 못한 게 아니라... 그저 놀라서 그런 것입니다. 송구합니다."
"사과할 필요 없네, 나였어도 놀랐을 테니. 아무튼 자네가 잘 교육시키게."
"예!"
알렉토가 본궁으로 떠나고 사용인관 앞엔 나와 시종장인 칼리스만 남았다.
"하하하하! 내가 살다보니 황족이었던 자를 아랫것으로 부려보는군! 아니,황족이긴 했나? 듣자하니 어미가 노예였다는데, 그 노예ㄴ이 어떻게 선대 폐하를 홀렸는진 몰라도 얼굴은 꽤 했나보군. 이렇게 잘생긴 반쪽짜리는 처음 봐."
'....익숙하잖아, 이런 취급. 그냥..옛날처럼 버티면 되는 거야.'
"....아까 알렉토에게 듣기론 주방에서 일하게 될 거라던데, 사실인가?"
"뭐? 하,참..어이가 없어선...그래봤자 노예 ㅅㄲ가 감히 귀족인 나한테 반말을 ㅊ쓰고 있어?!"
칼리스는 내 배를 걷어차며 그렇게 외쳤다.
"큭..."
'존대 안하면 죽일 기세네..어쩔 수 없지'
"이제보니 비실비실해서는 힘쓰는 일도 못시키겠는걸? 쓸데없는 ㅅㄲ군. 그래도 황명이니 교육은 시켜야겠는데...피에르! 나와보게!"
"시종장님, 부르셨어요?"
"피에르, 자네가 막내라서 외로웠지? 이젠 막내도 아니고 외로울 일도 없을 거네. 신입이 왔으니까. 아마 방도 같이 쓰겠지."
"정말요? 근데 그 신입이 누구에요?"
"보면 알거다. 일단은 요리부터 가르쳐. 넌 옷 갈아입고 오고."
"옙!"
[잠시 뒤, 피에르(와 에이든)의 방]
"저.."
"으, 응!"
"이름이..뭐라 하셨..죠?"
''뭐라고? 아아, 피에르 에스탄! 잘 지내보자!"
"..네"
"그..나이도 비슷한 것 같은데 말 편하게 해!"
"그래도..될까?"
"그럼! 근데..망토 모자는 언제 벗을 거야? 난 아직 너 얼굴도 제대로 못봤는데"
"..보면 놀랄텐데, 괜찮겠어?"
"걱정마 나 보기와 다르게 맷집 쎄....!!??"
'놀랄만도 하지. '그' 에이든 베르키아가 지금 자기 눈앞에 있는데. 그것도 왼쪽 뿔이 부러진 채로.'
"베르키아 형제는 2명 아니었어? 막내가 있다는 소린 처음인데.. 아니 잠깐만 너 뿌,뿔이.."
"그런 게 있어. 나중에 설명해 줄게."
"으응..근데 너 요리 잘해? 보통은 처음 오면 칼질도 제대로 못하는데, 그런 놈들 가르치는 건 딱 질색이거든."
"아..걱정마. 요리 잘해."
'인간계에서 미슐랭 어쩌고도 해봤던 나다! 별 3개가 그렇게 어려운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해봤다! 요리 하나는 쌈@뽕하게 잘한다!'
"부럽다..마력 구슬 10개 풀로 있는 사람은 처음봤어.."
"..어떻게 본거야...무서워.."
"원래 보이지 않아? 그냥 빤히 보면 보이던데"
"음...그렇네..7개..음.."
"보지마!!!!!! 나 7개밖에 없다고!!!!!"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근데 일단 출근하자"
"아..응..."
[황궁 주방]
문이 열리자마자 수십개의 눈빛이 나를 바라봤다.
"뭐야 에이든 베르키아 아냐?"
"그런 것 같은데요. 근데 피에르는 왜 저런 놈이랑 같이 온대요? 피에르 불쌍해.."
"말조심해라. 귀한 분이 오셨으니."
'귀한 분..?'
"에이든~! 오랜만이네! 이 형님 만나니까 기분 좋지?"
".....형이 왜 여기 있어..?"
"에이, 그렇게 정색하지 말고~"
내가 대답이 없자 그가 내 귀에 대고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야. 표정 안풀어? 우리 밖에선 사이 좋은 형제인 척 좀 하자. 표정 안푸냐?"
"....꺼져. 그 잘나신 재정부 간부가 주방엔 왜 오는데? 나 이제 주방에서 일하니까, 사이좋은 동생 일하는데 방해하지 말고 꺼지라고."
"이..이게...."
"들었으면 빨리 꺼져. 아니면 내가 직.접. 그 잘나신 재정부 쳐들어가서 깽판 치고 올까?"
"....."
"처리 완료. 진짜 기빨리는 형이란 작자야..근데 왜 이렇게 어지럽..."
그때 바로 옆에 있었던 한 요리사의 말에 따르면 에렉투스(에이든 작은형)가 간 직후,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고 한다.
"귀찮은 ㅅㄲ. 왜 항상 내가 와야 하는거야? 난 일국의 황젠데"
"그럼 에이든이 죽게 놔둬? 에이든 죽으면 너부터 죽일 거니까 빨리 치유나 해"
"아니;;;난 어쨌든 마족이라서 치유마법은 어렵다고;;;"
"빨리!"
익숙하고 반가운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물론 한명은 전혀 반갑지 않은 목소리지만.
"..둘이 이제 제법 부부같네? 억지로 결혼한 거 맞아, 시아?"
내 말에 시아와 알렉토의 얼굴이 빨개졌다.
"어..그게..그러니까..."
"..네놈이 알 것 없다."
"ㅎ 됐어. 그냥 농담한 거야. 근데 나 쓰러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 그게..."
".....처맞았다. 보다못한 한 시종이 날 불렀을 땐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있더군."
"그래서 온몸이 아픈 건가...아니 잠깐 그냥 평범한 시종이 널 불렀는데 너가 왔다고? 그냥 바로?"
"응! 내가 보냈어! 잘했지?"
"역시. 날 죽이려 한 놈이 그냥 순순히 올리가 없지."
"..그건 그렇고, 혹시 네놈의 형들 중 한명이나 '그 셋' 중 한명을 만났었나? 온몸이 식은땀에 절어있던데. 마력도 불안정하고."
"....."
'잠깐 마주치고 얘기 나눴다는 것만으로도 마력이 흔들리고 피를 토하다니..그때 말해준 것 말고도 당한 게 더 많을 수가 있다는 거군.'
"잠깐만. 형이라니? 에이든 너한테 형이 있었어? '그 셋'은 또 누군데?"
"....형이란 작자들? 그딴 거 없어. 그리고 '그 셋'이 누군지 난 몰라. 알렉토가 말실수한거야. 그렇지, 알렉토?"
'...지나치게 침착한 평소 말투와는 전혀 다르다. 마치 절대 들키지 말아야 할 비밀을 들킨 사람처럼.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목소리야.'
"그..렇지."
"봐봐, 맞다잖아."
"에이든 너..그게 문제가 아니라 지금..."
"알아. 근데 나 안 쓰러진다."
'이거 뭔가 아닌 것 같은데...?'
"어, 쓰러진다."
'이게 뭐야...?'
"그래서 갑자기 그런 반응이 일어난 이유가 뭐지?"
"최소 20년간 지속적으로 점점 더 세지는 강도의 괴롭힘을 받아오면서 그 괴롭힘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즉, 심각한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 때문에 그런 이상반응을 보인 것이죠. 즉, 절대 과거의 일을 물어보면 안됩니다. 아, 그리고 진찰 전 폐하께서 말씀하셨던 것들은 괴롭힘의 극초기 단계에 있었던 일들인 것 같습니다."
'그 엄청난 일들이 극초기에 있었던 일이라고?'
"뭐가? 무슨 일이 있었는데? 왜 나만 모르는데 나도 궁금하다고!"
".....머리 아파."
"에이든! 드디어 깼구나! 몸은 좀 나아?"
"응. 덕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댔나?"
"어...그건 그런데..."
"음...언제부터 시작하면 될까..아니다, 직접 말하는 것보다 이게 더 편하겠다. 나 잠시만 나갔다올게!"
"환자분 지금 외출하시면.."
"야! 좀만 쉬다가!"
"괜찮아 금방 올게"
[황궁 정원]
"...이 길, 오랜만이네."
마황궁의 정원은 인간계 프랑스의 베르사유 정원, 천계의 데코르 정원, 엘프계의 신케러스 정원, 그리고 내가 지금 서있는 테르티우스 정원 중 단연 최고로 뽑힌다. 아마도 회색 필터를 씌워놓은 듯 칙칙한 주변과는 다르게 생기 가득하단 점 때문이겠지. 하지만 모두가 칭찬하는 이 정원의 한구석에는, 황궁 내에서 그 어느 곳보다 칙칙한 곳이다. 바로 내가 황태자일 때 지냈던 작은 오두막. 말그대로 딱 사람 한명 지낼 수 있는 곳이다.
"여기도 오랜만이고."
나무 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 문틈으로 쏟아진 빛에 날리는 먼지들이 보였다.
"정말..너무 오래 방치해놨어. 1년동안 기회가 한번도 없었다니....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먼저 찾자!"
'아으 먼지..어? 찾았다!'
"시아가 기다리겠네..빨리 가야지."
[본궁의 한 방]
"언제 와..어 왔다! 그건 뭐야?"
"음..기록? 내가 글을 쓸줄 알던 5살 때부터 방금 전일까지."
"엄청 오래된 책 같은데 방금 전의 일이 있다고? 마법 서적인가?"
"..네놈 반란 이후의 일은 방금 썼다. 11년치 먼지가 쌓여서 오래되어 보이는 거고."
"아."
{제국력 674년 4월 7일 오후 9시 }
{ 가해자: 작은형 에렉투스 베르키아 }
{ 내용: 통나무에 묶고 불 붙임. 영창 못 외우게 입막음. }
{ 탈출 방법: 영창이 필요없는 1레벨 마법 '워터'로 소화 후 }
{동일한 1레벨 마법 '파이어'로 밧줄 태워서 끊음. }
"이게..이게 맞아? 이런 일들을 고작 6살 때 겪었다고? 말도 안돼..."
"그럼 내가 뭐하러 거기다 소설을 썼겠냐? 그 비싼 노트에."
"....이게 비싸? 고작 5만골드인데?"
"왜 둘다 날 그렇게 빤히 보는거야.. 비싼 거 맞잖아, 만골드면."
"......"
"둘다 귀하게 자랐구나? 내가 말을 말지..."
"어..아냐아냐! 그냥 보자!"
"..거의 3시간 단위로 적혀있군. 어떤 삶을 살았던 거냐, 에이든 베르키아?"
"...네놈 같은 부잣집 귀족 도련님은 상상도 못할 삶."
"...이건..?"
{제국력 677년 9월 10일 오전 10시 }
{ 가해자: 큰형 아르투스 베르키아 }
{ 내용: 숲 구석으로 끌고가 파르마모르 }
{데오에게 오른손을 먹히게 함. }
{ 탈출 방법: 우는 척 하며 영창을 몰래 외워서 치유. }
"덕분에 그때 버텼지. 한번 먹혀봤던 거라 익숙하니까."
"...도대체 안겪어본 게 뭐야, 너? 게다가 3시간 단위가 2시간단위로 줄었어.."
"글쎄, 겪어본 것보다 안겪어본 걸 찾는 게 더 힘들걸."
"...여기서부턴 글씨체가 바뀌는군. 잉크도 마른 잉크를 쓴 것 같고."
"아마 11년동안 방치된 잉크로 방금 적어서 그럴 거다."
"근데 어딜 다녀왔길래 잉크며 이 노트며 전부 11년동안 방치돼있어?"
"정원 구석에 나무 오두막. 철거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안하길 잘했군."
"..만약 철거했으면.."
"에이든 진정해 얘 얼굴 뚫리겠다"
"...."
"아무튼 이정도면 삼자대면 증거로 충분하겠군."
"뭐? 삼자대면? 미쳤어?"
근데 뭔가 알렉토가 착해진 느낌인데 시아한테 반하고 나서 시아도 있는 자리에선 착하게 굴기로 했대요(방금 물어보고 옴) 그리고 아무 의미 없는 악플 말고 내용이나 개연성 관련 악플은 피드백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악플이라도 달아줘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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